비 오는 날, 집과 물건들
비 오는 날 집에서 발견하는 물건들의 소중함
비가 오는 날이면 유난히 집이 아늑하게 느껴진다.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은은하게 배경음악처럼 흐르면서, 자연스레 집안 곳곳을 둘러보게 된다.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것들이 비 오는 날에는 조금 다르게 보이는 것 같다.
오늘도 어김없이 비가 오니, 책장에 꽂혀 있는 오래된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. 여름 휴가 때 읽으려고 샀던 책인데, 아직도 다 읽지 못한 것들이 몇 권 있다. 그 중 한 권을 꺼내 들고 창가에 앉았다. 책장을 넘기며 커피 한 잔을 마시니, 잠시나마 세상의 걱정을 잊게 되는 순간이었다.
집안 구석구석에는 작은 소품들이 자리 잡고 있다. 친구에게 선물 받은 작은 스탠드, 여행지에서 가져온 조그마한 기념품들.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할머니께서 손수 떠주신 손뜨개 담요다. 비 오는 날, 그 담요를 덮고 소파에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. 그 따뜻함이 비 오는 날 더욱 그리워지는 것 같다.
비가 많이 내릴 때면, 집안 냄새도 조금씩 달라진다. 조금 차가운 공기와 함께 가구와 책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섞여서, 어릴 적 비 오는 날을 떠올리게 한다. 그 시절, 엄마가 끓여주시던 따뜻한 국물의 냄새까지도 새삼 그리워진다.
비 오는 날의 집은, 자주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들을 발견하는 시간이 된다. 비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해 아쉽기도 하지만, 덕분에 집 안의 소중한 물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. 얼마든지 때묻지 않은 채로, 그 소중함을 간직하고 싶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