에디터 노트

물건에 깃든 시간의 가치

물건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나만의 기준을 생각하다.

어릴 적부터 나는 물건을 쉽게 버리지 않던 아이였다. 남들이 다 낡았다고 버린 장난감을 나는 끝까지 가지고 놀았고, 신발의 밑창이 다 닳아도 새로운 걸 사달라는 말을 잘 하지 않았다. 그 때는 그것이 특별한 것이라기보다는 단순히 물건에 대한 애착이었다.

물건을 오래 쓰는 나만의 기준은 ‘기억’에 있다. 물건을 사용하면서 생긴 작은 흠집과 닳아버린 색조차도 그 물건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. 그래서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신중하게 고르고,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잃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을 선택한다.

한번은 친구가 “너는 어떻게 그렇게 오래 같은 물건을 써?”라고 묻더라. 그 질문에 딱히 똑부러지게 답할 수는 없었지만, 사용하면서 생긴 사소한 불편함들조차 익숙해지는 게 신기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. 익숙함 속에서 오는 편안함은 단순히 물리적인 가치 이상이니까.

물론 물건이 고장이 나거나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다면 나도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할 때가 온다. 하지만 그럴 때조차도 ‘이 물건이 내게 어떤 시간을 남겼을까?’ 생각하며 정리한다. 그 물건이 없어진다 해도, 그 시간들은 내게 남아 있으니까.

이렇게 물건을 대하다 보니, 새로운 것을 쉽게 사고 버리는 게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진다. 물건에 깃든 시간의 가치가 물건 자체보다 커 보이는 순간, 나는 그 물건과 진정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. 그게 내가 물건을 오래 쓰는, 나만의 기준인 것 같다.

#일상#가치관#소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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